JAK1·JAK2·ACVR1 차단하는 3중 기전…슬롯사이트 포함 주요 증상 개선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골수섬유증 치료제인 '슬롯사이트(성분 모멜로티닙)'를 국내에 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슬롯사이트는 기존 치료 목표인 전신 증상과 비장 비대 개선뿐만 아니라 빈혈까지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슬롯사이트는 지난해 9월 빈혈을 동반한 중간위험군 및 고위험군 골수섬유증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받았다.
이 약물은 JAK1, JAK2뿐만 아니라 액티빈 A 수용체 1형(ACVR1)까지 차단하는 3중 기전으로 작용한다. ACVR1를 억제해 헵시딘(hepcidin) 발현을 감소시켜 슬롯사이트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슬롯사이트은 골수의 섬유화로 인해 정상 혈액세포 생성이 저하되는 희귀 혈액암이다.주요 증상으로 비장 비대, 빈혈, 만성 피로, 뼈 통증 등이 나타난다. 특히빈혈은 슬롯사이트 환자의 사망 위험을 3.4배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연구에서는 1차 슬롯사이트 환자의 87%가 진료 의뢰 시점에서 빈혈 상태였다고 보고된 바 있다.
슬롯사이트는 임상3상(SIMPLIFY-1 및 MOMENTUM) 연구를 통해 JAK 억제제 치료 경험 유무와 관계없이 주요 증상 및 빈혈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SIMPLIFY-1 연구에서는 기존 JAK1·JAK2 저해제인 '룩소리티닙' 대비 비장 용적 반응(35% 이상 감소)에 대해 비열등성을 입증했으며, 슬롯사이트 투여군의 수혈 비의존성 비율(66.5%)이 룩소리티닙 투여군(49.3%)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룩소리티닙의 미국 상품명은 자카피(Jakafi), 유럽 상품명은 자쿠비(Jakavi)다.
안서연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기존 JAK 억제제는 전신 증상과 비장 비대 개선에는 효과적이지만, 빈혈을 악화시키는 한계가 있었다"며 "슬롯사이트는 JAK 억제제 치료 이력과 관계없이 빈혈을 포함한 주요 증상을 개선하는 '유일한' 국내 승인 치료제로,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슬롯사이트는 국내 골수섬유증 유병 인구가 2만명 이하이며, 기존 치료제보다 개선된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양유진한국GSK HIV·항암제사업부 총괄 상무는 "골수섬유증 치료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출시를 최대한 앞당겼다"며"슬롯사이트가 국내 환자들의 수혈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