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쪼개기·중복 슬롯” vs “바이오산업 발전에 슬롯 중요” 대립 첨예
- 거래소 “코스닥 슬롯위원회, 최종 결정 남아”

[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쪼개기 중복 슬롯’ 논란이 제기된 제노스코의 코스닥 시장 슬롯 승인 여부가 조만간 결정된다. 기업공개(IPO)는 기업 발전에 필수적인 단계로 꼽히지만, 모기업에서 분사한 자회사가 다시 슬롯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도 크다. 제노스코가 이러한 갈등 구조에 놓였는데, 실제 과거 분사 후 성공적으로 슬롯했던 사례들이 해외 바이오시장에서 포착돼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곧 제노스코의 슬롯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코스닥 슬롯위원회를 개최한다. 제노스코가 지난해 10월 슬롯예비심사를 신청한 이래 5개월 만이다. 보통 3개월 정도 소요되는 슬롯예비심사 기간보다 2달이 훌쩍 지난 만큼 거래소는 제노스코의 슬롯 여부 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노스코 슬롯을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신약을 배출한 바이오기업인 제노스코에 대한 대규모 투자 유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찬성 측 입장이다. 반대로 모기업인 오스코텍의 소액주주들은 두 회사가 사업이 겹쳐 “쪼개기·중복 슬롯”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이 지난 2009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자회사다. 국산 항암신약인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도 제노스코와 오스코텍의 공동 연구개발(R&D)의 산물이다.
양사는 2015년 레이저티닙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하면서 판매 로열티(경상 기술료)의 40%를 절반씩 받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제노스코는 지난해 4월 바이오기업의 기술특례슬롯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2곳의 기술평가기관으로부터 ‘AA, AA’ 등급을 받으며 슬롯 자격을 확보했고, 같은해 10월 거래소에 슬롯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분사한 자회사의 슬롯으로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오스코텍 주주와 제노스코 간 갈등의 시작점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사이에서는 혁신 의약품 개발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스핀오프활동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신약 개발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운영 효율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노바티스-산도스’, ‘화이자-비아트리스’, ‘MSD(미국 머크)-오가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헤일리온’, ‘사노피-유로AIP’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산도스의 경우 노바티스의 제네릭(복제약)들을 품고 100% 자회사로 분사한 뒤 슬롯했다. 두 회사 간 중복 제품의 거의 없었다. 주가 측면에서 산도스의 슬롯 후 투자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산도스는 2023년 10월 4일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슬롯했다. 산도스 주가는 슬롯 첫날 시초가 대비 약 3.8% 상승한 24.9스위스프랑을 기록했고, 꾸준히 우상향해 올해 3월 11일(현지시간) 종가는36.39스위스프랑이다. 이는 시초가 대비 45.43% 높은 수준이다. 같은 거래소에 슬롯된 노바티스 주가도 산도스의 슬롯 이후에도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GSK로부터 분사한 헤일리온은 2022년 7월 1일 주식예탁증서 형태로 미국 증시에 슬롯돼 있다. 슬롯 첫날 7.8달러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3개월 만에 시초가를 뛰어넘었고, 이어 지속적으로 상승하더니 올해 3월 11일 기준 10.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자회사의 슬롯으로 모기업 주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일부 시각을 벗어나는 사례인 셈이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도 미국에서 허가받은 폐암신약인 렉라자 판매를 통해 유한양행으로부터 경상 기술료를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각자 독자 노선을 타고 있다. 오스코텍은 내성을 차단하는 항암신약과 치매 분야에 집중하는 반면, 제노스코는 신약 개발 플랫폼인 ‘GENO-K’와 ‘GENO-D’를 활용한 독자 개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노스코의 슬롯은 대규모 자금 유치를 통해 국내 첫 미국 허가 항암신약 개발사의 R&D 가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신약 개발을 독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FDA 허가라는 트랙레코드를 쌓은 기업의 슬롯 추진은 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제노스코의 슬롯을 반대하는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오스코텍의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제노스코의 슬롯으로 인해 투자 수요가 이 회사에 몰리면서 오스코텍에 대한 수급분산으로 주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여기에 오스코텍과 제노스코 간 합병을 통해 주주 가치를 보호해달라는 요청도 더해진 상황이다.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는 “제노스코의 슬롯은 동일 시장, 동일 업종, 동일 아이템을 통해‘중복 슬롯’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오스코텍은 12일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제노스코 슬롯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오스코텍에 ‘제노스코 슬롯을 위해서는 소액주주 설득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제노스코 슬롯을 놓고 여러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코스닥 슬롯위원회에서 제노스코의 슬롯 여부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