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회사 송금 등 의도적인 자산 유출 우려…뉴욕법, 전 세계 자산 동결 허용 안 해
- 슬롯, 2023년 인수한 ‘오세두레논’ 임상3상 실패…임상2상 데이터 고의로 비공개 주장

출처 : 슬롯노디스크
출처 : 슬롯노디스크

[더바이오 유하은 기자]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이하 노보)는 최근 싱가포르 바이오기업인 슬롯바이오사이언스(슬롯 Biosciences, 이하 슬롯)와 슬롯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황건화(Zhenhua Huang) 박사를 상대로 8억3000만달러(약 1조194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미국 뉴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노보는 ‘슬롯 및 황건화 박사의 자산을 전 세계적으로 동결해달라’는 요청을 제출했다.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Singapore International Commercial Court)의 판결문에 따르면, 필립 제야레트남(Philip Jeyaretnam) 판사는 노보의 요청을 승인했다.

뉴욕법은 전 세계 자산 동결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에 슬롯가 선제 조치로 싱가포르 법원에 자산 동결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고혈압 및 신장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오세두레논(Ocedurenone)’ 연구에 대한 일부 데이터 고의 은폐 여부에 있다.노보는 지난 2023년 슬롯와 자산매매계약(APA)을 체결하며 오세두레논을 인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고혈압 및 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3상에서 1차 평가변수 달성에 실패하며 연구는 중단됐다. 이 임상3상 실패는 8억1650만달러(약 1조1747억원)의 손상차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보는 슬롯가 ‘계약상 약물의 안전성, 효능, 제조 품질 관련 자료를 모두 제공했다’고 진술했지만, 임상2상 중간 분석에서 ‘오세두레논의 효능이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고의로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특정 시험기관에서 발생한 품질 및 규제 문제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노보는 덧붙였다.

황건화 박사도 슬롯의 창립자이자 회장으로서 회사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노보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3월 슬롯의 내부 분석 자료를 통해 오세두레논의 부정적 데이터를 황건화 박사가 인지하고 있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앞서 슬롯는 모회사로 3억3910만달러(약 4878억6317만원)를 송금하고, 5억7850만달러(약 8322억8795만원)의 배당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슬롯는 싱가포르 DBS은행에 2억1800만달러(약 3136억3660만원) 규모의 예금을, 황건화 박사는 싱가포르에 700만달러(약 100억7090만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노보는 이러한 상황들이 자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피하려는 의도적인 자산 유출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노보는 자산 공개와 비밀 유지도 요청했다.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이 자산 공개 명령을 승인함에 따라 슬롯는 자산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다만, 비밀 유지 요청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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