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슬롯사이트 경기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서 주주총회 개최
- 김정근 슬롯사이트 재선임안 반대 40.52%로 ‘부결’
- 소액슬롯사이트 추천 권용제 사내이사 선임안도 ‘부결’
- 윤태영 단독 슬롯사이트 체제 전환…제노스코 상장 합의점 필요

[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슬롯사이트 창업자인 김정근 대표가 27년간 몸담아 온 회사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자회사인 ‘제노스코’ 상장 추진으로 시작된슬롯사이트과 소액주주 간 대립 속에서 소액주주들이 40% 이상 결집하며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저지했다. 슬롯사이트은 그동안 제노스코 상장에 대한 당위성을 통해 소액주주 설득에 나섰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슬롯사이트은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윤태영 대표가 단독 경영을 맡는다. 소액주주들은 김 대표의 재선임 저지에 이어 제노스코의 상장 ‘자진 철회’까지 요구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다.
슬롯사이트은 이날 경기 성남시 코리아바이오파크 지하 1층 강당에서 열린 제2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부결했다. 슬롯사이트과 소액주주 간 표 대결에서 소액주주 측이 김 대표의 재선임을 저지한 것이다. 전체 발행주식 3824만7676주 중 60.68%가 이번 정기 주총에 출석한 가운데, 김 대표의 재선임 반대표에 40.52%가 몰렸다.
김 대표는 슬롯사이트의 개인 최대주주이자 창업자로, 슬롯사이트 지분 12.46%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찬반 투표율이 약 18%p(포인트) 벌어진 만큼, 소액주주 설득에 실패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날은 총 16개의 상정된 의안을 두고 슬롯사이트과 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펼쳐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총은 상정된 의안을 김 대표가 소개하고, 주주가 투표하는 절차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후 찬·반 투표 결과 확인 절차가 계속 지연되자, 소액주주가 ‘주총 검사인’이 선임된 만큼 모든 안건에 대한 일괄 투표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표결 절차가 바뀌었다.
김 대표 재선임안을 제외하면, 슬롯사이트 측 추천 후보인 이상현 곽영신 사내이사 2인의 선임안은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모두 통과했다. 다만 사외이사 후보 조형태 선임안과 비상근 감사 김희대 선임안은 소액주주들과 표결에서 패배했다.
또 슬롯사이트은 소액주주 측의 인사의 이사회 입성을 저지했다. 소액주주 측 추천 후보인 권용제(권용제법률사무소 대표) 사내이사 선임안은 40% 이상의 찬성표를 얻었지만, ‘초다수결의제’ 정관에 의거해 부결됐다.
슬롯사이트 현 경영진과 소액주주 간 첨예한 대립은 슬롯사이트이 자회사인 제노스코의 상장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슬롯사이트과 제노스코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를 받은 항암신약인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이자 공동 개발사다. 슬롯사이트과 제노스코는 2015년 해당 물질을 유한양행에 이전했고, 2018년 유한양행은 존슨앤드존슨(J&J)에 레이저티닙을 다시 기술수출했다.
양사는 렉라자의 상업 판매에 따른 ‘로열티(경상 기술료)’ 수익을 받을 수 있다. J&J로부터 지급되는 로열티는 유한양행 60%, 슬롯사이트과 제노스코가 20%씩 나눠 갖는 구조다. 그럼에도 제노스코가 별도 상장을 추진하자, 슬롯사이트 소액주주들은 이미 수익 구조에 포함된 자회사가 또 다시 기업가치를 분리해가려 한다며 ‘쪼개기·중복 상장’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한편 김 대표가 이날 정기 주총 결과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슬롯사이트은 당분간 윤태영 대표가 단독 대표로서 회사 경영을 이끌어갈 전망이다. 이사 선임 시 발행 주식 총수 대비 5분의 4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초다수결의제 정관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추가 이사 선임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슬롯사이트의 상장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소액주주를 설득하는 것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소액주주들은 슬롯사이트 상장에 대한 타협보다는 ‘(이를) 자진 철회하라’라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김정근 슬롯사이트는 정기 주총이 끝난 이후에도 소액주주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며, 제노스코의 상장은 필수적이라고 피력했다. 이번에 제노스코 상장에 실패하면 더 이상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게 김 슬롯사이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슬롯사이트 모든 임직원은 혁신신약 개발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며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